18개월에서 24개 성장과정, 아기의 ‘자기’가 자라는 시간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말 못할 변화와 부모의 역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 채 하루가 지나간다. 특히 18개월에서 24개월 시기의 변화는 눈에 띄게 크다. 걷기 시작하던 아이가 어느덧 뛰어다니고, 옹알이하던 입에서 단어가 튀어나온다.
그런데 아이의 신체적·인지적 발달만큼이나 커지는 것이 있다. 바로 ‘의지’와 ‘자아’다. 이 시기 아이들은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를 강하게 인식하고, 세상과 나 사이의 경계를 시험하기 시작한다.
이 글에서는 18~24개월 시기 아이의 발달 특성과 변화, 부모로서 어떤 태도로 이 시기를 함께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나눠보려 한다.
18개월~24개월, 왜 특별한 시기인가?
이 시기는 흔히 '미운 두 살'의 시작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은 아이가 ‘자율성’을 획득하는 매우 중요한 발달 단계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이 시기를 자율성 대 수치심의 시기로 보았다. 즉, 아이는 이 시기 동안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감각을 형성하거나, 실패와 제지 속에 수치심과 의존성을 배우게 된다.
아이가 처음으로 스스로 하려고 할 때 옷을 혼자 입으려 하고
숟가락을 혼자 들고 먹으려 하며 장난감을 스스로 고르고
“아니야!”, “내가!”, “하지 마!”라는 표현이 잦아진다
이 모든 행동은 ‘고집’이 아닌 ‘독립’에 대한 시도다.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과 스스로 연결되려는 몸부림이다.
발달 특징: 신체, 언어, 사회성의 급격한 성장
2-1. 신체 발달
걷기에서 뛰기로 이동하며, 점점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
손가락의 소근육이 발달하면서 블록 쌓기, 그림 그리기 시도
계단 오르내리기, 가벼운 점프 등 대근육 사용이 활발해진다
아이는 세상을 온몸으로 탐색하며 배우는 존재다.
따라서 다치지 않을 정도의 ‘실험’은 허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경험이 자율성과 회복력을 키운다.
2-2. 언어 발달
단어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 (18개월 기준 평균 50개 미만 → 24개월에는 200개 이상)
2단어 문장을 사용하기 시작 ("엄마 가", "물 줘", "아빠 없어")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언어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증가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이 말 걸기’다.
무엇을 하든 아이의 언어를 존중하고, 반복해서 들어주며, 문장으로 확장시켜주는 것이 언어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예: 아이: “물!”
부모: “아, 물 마시고 싶구나? 엄마가 물 줄게.”
2-3. 정서·사회성 발달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다시 심해지거나, 분리불안이 반복되기도 한다
또래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만, 아직 ‘함께 놀이’는 어렵다 (병행 놀이 시기)
소유 개념이 강해져 ‘내 거’에 집착하며, 공유가 어려운 시기다
아이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시기의 아이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기다리는 경험’, ‘표현하는 기회’, ‘감정 조절하는 모델링’을 통해 사회성을 연습하게 도와야 한다.
이 시기를 이해하기 위한 부모의 시선
3-1. 고집은 독립의 또 다른 표현이다
아이의 반복적인 “안 해!”, “싫어!”, “내가!”는 부모에게 피로감을 주지만, 사실은 자아 형성의 핵심 신호다.
이 시기에는 최대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지금 옷 입을까? 양말 먼저 신을까?”
“이걸 먹을래? 저걸 먹을래?”
선택지를 제한하되 아이에게 결정권을 주는 방식은 자율성과 통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지혜로운 접근이다.
3-2. 감정 표현은 훈육의 대상이 아니다
울고 떼쓰는 것을 훈육 대상으로 삼으면 아이는 감정 자체를 억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감정 표현은 자기 통제의 전 단계다. 표현이 충분히 인정받아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너 지금 화났구나. 엄마도 네 마음 이해해.”
“화가 나도 친구를 때리면 안 돼. 우리 같이 말로 해보자.”
이러한 감정의 이름 붙이기, 공감, 대안 제시는 이 시기의 핵심 양육 기술이다.
3-3. 반복은 배움이다
같은 책을 수십 번 읽어달라고 하고, 같은 놀이를 반복할 때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반복은 학습이자, 안정감의 원천이다. 매번 똑같은 것을 반복하면서 예측 가능한 세계, 자기 통제감을 익혀가는 과정이다.
부모로서는 지루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중요한 성장 통로임을 기억하자.
양육 스트레스와 현실적인 대처
4-1. 부모의 감정 관리도 중요하다
이 시기의 양육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감정 소모가 매우 큰 시기다.
아이가 잠깐만 울어도 ‘내가 잘못한 걸까?’라는 죄책감이 들고, 반복되는 고집 앞에서는 인내심이 바닥나기 쉽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추어 자신에게 묻자.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지?”
“지금 이 감정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부모의 자기 감정 인식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4-2. 완벽한 부모가 되는 것보다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되자
모든 것을 잘해주려는 마음이 때로는 부담이 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에게 100% 완벽할 필요가 없다.
실수도 하고, 때로는 짜증도 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때마다 회복하고,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 다정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18개월에서 24개월은 단순한 성장의 과정이 아니다.
아이는 이 시기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세상은 어떤 곳인지’를 조금씩 배워나간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부모는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조금 느려도,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 아이가 자기 속도로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 그 옆에서 따뜻하게 기다려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양육이 아닐까.